[화제의 무 다이짱 - 국민적 사랑을 받은 일본 다이짱 뜻]
일본인들은 사소한 것에 열광하는 특징이 있다. 한 때 일본 무 다이짱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사소한 것이지만 잘 살펴보면 나름의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일본 다이짱이 상징하는 것은 굳굳한 생명력에 대한 감탄이기도 하다. 2005년 일본 국민들이 다이짱이라는 애칭으로 아꼈던 사연을 알아본다.
화제가 되었던 일본 다이짱은 2005년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토픽으로도 소개되었던 "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사진에 찍힌 무 다이짱은 처음에는 합성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신기한 생명이었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무가 아니라 아스팔트에서 자란 무였기 때문이다.
일본 무 다이짱은 기이한 생태환경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관심을 받았다. 아스팔트 도로 바로 옆에, 물론 아스팔트와 다름없는 척박한 환경을 뚫고 자라난 무였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낸 이 무는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였다.
2005년 일본 다이짱 무가 사진에 찍힌 후, '효고현'의 '아이오이'시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게 된다. 아이오이 시는 일본 중남부에 있는 인구 3만 명의 조그마한 도시이다. 아스팔트는 석유 찌꺼기로 만든 것이었으니 무 다이짱은 마을을 유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이짱 뜻 중에 "짱"은 일본에서 친근한 애칭으로 불린다. "~군", "~양"으로도 번역되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다이짱 뜻에서 알맞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촐랑이, 깔끔이처럼 큰 의미 없이도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한다. 유명한 일본 다이짱 무도 일본인들에게 그런 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다이짱 무가 동강이 난 채로 발견되었다. 국민의 사랑이 집중되자 누군가 일부러 망가트린 것이다. 한국에 남의 불행을 보면서 조롱하는 무리들이 있듯이, 극우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니 그런 사람들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무 다이짱에 애착을 가졌던 일반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괴짜 무로 알려진 무에 다이짱 뜻이 생긴 것은 일본에서 무를 부르던 '다이콩'의 영향도 있었지만, 다이짱 뜻이 일본어의 '끈기', '근성' 같은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일본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는 마치 유명인이 사망한 듯한 애도의 물결이 일어났다. 아스팔트의 무 하나에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일본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이틀 후, 다이짱 무의 동강났던 무청부분이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이에 아이오이 시는 무를 수경재배로 다시 살려내기로 하고 그 자리에 기념비까지 세웠다.
며칠 후 물에 담겨진 다이짱 무는 놀랍게도 이파리를 피웠다. 이 뉴스로 일본은 또 한 번 관심이 집중되었다. 일본은 다이짱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언론매체까지 그 소식을 전했고 무 다이짱의 캐릭터도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다이짱 전시회까지 열렸다. 일본 다이짱은 만화로도 나왔는데, 초판이 품절되고 1만부를 더 증판 해야 할 정도였다.
다이짱 뜻이 끈기와 비슷한 발음이라서 더욱 사랑을 받았는데,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잘 피는 듯한 무청의 이파리는 꽃봉오리까지 맺혔지만, 갑자기 시들해지며 다시 사경을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기뻐했던 일본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외국 언론은 이런 일본인들을 신기해하며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자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린 아이오이 시는 복제 다이짱을 만들어 달라고 연구소에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의 소식을 보면, 현재 순조롭게 복제 작업이 이루어져서 얼마 후면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관심이지만 다이짱 뜻처럼 드라마틱한 사연이기도 하다.
일본 다이짱은 아이오이 시에게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매스컴의 호들갑과 폭발하는 관심 속에서 아이오이 시는 시 광고효과로 얻은 경제효과가 3억 엔 이상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에게 인기인 무 다이짱 선물부터 다이짱 무 쿠키까지 상품효과까지 더해졌다.
물론 일본인 중에도 이런 것까지 호들갑을 떨어야 하느냐는 반발도 있고, 해외 언론들이 이상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관광수익과 관심어린 애정을 이끌어내는 아스팔트 무에 대한 아이오이 시의 노력은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사소한 것에도 열광하는 일본인의 풍속도 신기하지만, 놀라운 생명력으로 다시 살아날 일본 다이짱 무의 사연은 힘겨워도 힘을 내고 살아갈 위안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