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개 쿤통댕과 태국 국왕, 국민의 유기견 이야기]
길에 버려진 반려견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태국 국왕과 국민에게 사랑받은 반려견이 있었다. 행운의 개, 태국 쿤통댕은 태국의 왕권주의 특성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태국 국민 유기견 쿤 통댕을 비웃었다고 구속되는 사건까지 있었는데...
태국은 특이한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태국 국민 개 '쿤통댕'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태국의 특이한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태국은 단 한 번도 식민지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라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서양 열강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바람에 완충지대로 살아남았다.
물론 태국은 불교나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이한 것은 절대왕권과 쿠데타로 얼룩진 역사이다. 태국의 국왕은 영국 국왕 같은 지위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며 아직도 일부는 왕정국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태국은 약 4년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며 무려 20회에 가까운 쿠데타 정부가 있었지만, 일본 전국시대의 쇼군처럼 국왕을 중심으로 한다.
태국의 왕정은 왕이 기르는 개마저도 함부로 비웃으면 법의 제재를 받을 정도로 아직 강력하다. 실제로 전 통치자였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기르는 개 쿤통댕을 비웃었다가 37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은 적도 있었다. 2015년 태국 국왕의 애완견 쿤통댕을 비꼬는 풍자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왕실모욕죄에 선동죄까지 적용 받았었다.
심지어 태국은 개 '통댕'이 죽자 신문 1면에 기사가 뜨기도 했다. 이 개도 역시 태국 국왕의 애완견 쿤통댕이었다. '방콕 포스트' 신문에는 왕의 개가 17살로 죽었다고 되어 있었으며 태국 국민들은 애도의 감정을 보냈다. 국왕의 애견이었기에 개 한 마리가 죽었는데도 신문 1면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 대체 쿤 통댕이라는 개는 어쩌다가 이렇게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그것은 태국이라는 나라가 국왕을 마치 살아있는 있는 부처처럼 여겼던 영향 때문이다. 국왕을 신성시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태국 국민들에게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태국 국왕의 충견 쿤통댕은 사실 유기견이었다. 그러니까, 태국 국왕이 유기견을 데려다가 기른 것이다. 푸미콘 국왕은 1998년 방콕 보건소에서 태어난 지 5주 된 유기견을 입양했다. 유기견 통댕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었으며, 유기견을 아끼는 태국 국민정서로 인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태국은 유난히 유기견이 많은 나라이다. 태국은 불교국가이므로 개도 하나의 영혼을 가진 존재로 대우해 준다. 그러다보니 개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동차도로에도 함부로 어슬렁거린다. 인도의 소 사랑이 있다면 태국의 개 사랑이 있다고나 할까? 통댕이 푸미폰 국왕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
태국 국왕 푸미폰은 애견 통댕을 매우 좋아했다. 가는 곳마다 데리고 다녔으며 "어디서든 왕보다 낮은 자세를 취할 줄 아는 영리한 충견"이라고 칭찬하곤 했다. 또한 태국 푸미폰 국왕은 유기견을 아꼈기에 유기견 보호소 사업을 벌인 왕이기도 했다.
태국어로 통댕 뜻은 "구리"라는 의미이다. 태국 국왕의 충견이 통댕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털 색깔 때문이다. 구리 빛 털을 가진 이 개는 국왕의 사랑에 힘입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쿤"이라는 존칭까지 갖게 되었다. 쿤 뜻은 "~여사"처럼 나이든 여성에게 붙이는 존칭이며 영어로 Mrs 같은 뜻이기도 하다. 결국 쿤통댕 뜻은 "구리 여사"가 되겠다.
사람 팔자보다도 더 많은 복을 받았던 쿤통댕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2년, 태국 국왕 푸미폰은 "통댕 이야기"라는 책을 썼는데, 바로 품절되어 재판 인쇄에 들어갈 정도였다. 이것은 '해리포터'보다도 더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시 65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더구나 쿤 통댕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태국 오피스박스 2위에 오르는 인기를 끌었었다. 이 정도면 쿤 통댕이 어느 정도의 인기였는지, 어쩌면 사람보다도 존경을 받는 지위에 올라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름마저 함부로 부를 수 없어서 존칭어를 붙여서 부르는 왕실견 쿤통댕의 이야기다.
푸미폰 국왕의 왕실견 쿤 통댕은 2015년에 9마리의 새끼를 남기고 죽었고,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도 2016년에 사망했다. 무려 70년을 다스리며 현대 세계에서 최장수 국왕을 지냈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지만, 태국인의 국왕과 개에 대한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매우 다른 관개와 인식 위에 있는 것이다.